어느새 한 해가 지나갔네요.

2017년은 정말 제 인생에서 큰 방점을 찍은 해였습니다. 1월에 일본행이 결정되고, 2월 말에 일본으로 와서 3월부터 출근을 시작한 이래 정말 정신없이 1년이 지나간 것 같네요. 일본에 와서 먼슬리 맨션에 묵기 시작한 게 정말 어제처럼 생생한데 어느새 한 해가 지나갔다니 신기하기도 하고 싱숭생숭한 느낌입니다.

입사한지 이제 10개월, 그런대로 이룬 것도 있고, 회사에서 자리도 그럭저럭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성격이 그리 붙임성있지 못하다 보니 회사 동료들과는 여전히 조금 서먹한 것도 있고 아주 친하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지만 그래도 일이건 인간관계건 별다른 문제 없이 순조롭게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금 있는 집에 온 지도 10개월이 다 되어 가네요. 조금 과하게 넓다 싶은 집에,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물건들을 이것저것 들여놓고 최대한 살기 편한 환경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덕분에 초기 비용이 좀 과하게 많이 들긴 했습니다만 어쨌든 사는데 스트레스 받지 않는 것이 타지에서 살아가는데 최우선 사항이라고 생각해서 별로 아깝지는 않네요.

이 블로그도 처음엔 자주 갱신하고 여러가지 이야기를 많이 쓰려고 의욕에 넘쳤었는데, 늘 그렇듯이(...) 귀차니즘에 밀려서 결국 방치해 두고 말았습니다. 솔직히 여기 생활에 익숙해질수록 귀차니즘도 함께 강해져서(...) 앞으로도 얼마나 갱신을 자주 하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항상 염두에는 두고 있으니 생각 날 때마다 뭔가 써 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ㅎㅎ

올 한해도 다들 순조롭게, 평화로운 한 해가 되시길 빕니다.


일본에서 일하며 살기. #2 - 일본 생활 한 달째.

일본에서 일하며 살기. #1 - 입국, 그리고 먼슬리 맨션.

그간 격조했습니다.
평일에는 회사 일로, 주말에는 집 정리로 정신 없다 보니 이제야 좀 차분히 포스팅을 할 시간이 생겼네요. ;;
입국 후 한 달 하고도 2주가 지났네요. 짧은 시간 동안 하도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다 보니 겨우 6주 밖에 안 되었나 싶기도, 벌써 6주나 되었나 싶기도 한 묘한 느낌입니다.
지금까지 일본에서 겪은 일들을 좀 되짚어 정리해 볼까 합니다.

1. 주거
입국 직후부터 살던 먼슬리 맨션에서 UR 맨션으로 옮겼습니다. 여기선 아파트라고 하면 목조 2층 공동주택 정도를 말하고, 한국 기준으로 아파트가 되는 고층 철근 콘크리트 건물을 맨션이라고 부르더군요. 목조냐 철근 콘크리트냐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합니다.
UR은 도시재생기구라고 하는, 우리나라로 치면 주택공사 비슷한 기관인 것 같습니다. UR에서 임대하는 주택은 월세가 민간 임대보다 조금 비싸긴 하지만 보증인도 필요 없는데다 외국인이라고 꺼리거나 하지도 않고, 이런저런 초기비용도 훨씬 덜 드는 편이라 외국인들에게는 UR 임대주택을 많이 추천하더군요.

저도 집을 구하면서 몇 가지 기준을 정했는데, 1.통근 시간이 한 시간을 넘지 않을 것, 2. 월세가 10만 엔을 넘지 않을 것, 3. 가능하면 90년대 이후에 지어진 집일 것, 4. 1LDK 이상으로 거실 공간이 충분히 갖춰질 것 정도였습니다.
이래저래 알아보다 보니 저 기준을 살짝살짝 초과하긴 하는데 비교적 최근에 건축된 데다 꽤 넓고 설비도 잘 갖춰진 아파트가 있더군요. 앞선 글에서 썼던 부동산 업자분에게 상담해 보니 일단 가서 보자며 가계약을 걸고 다음날 곧바로 방문을 했습니다. 너무 서두르는 것 아닌가 했는데 이런건 만에 하나 다른 사람이 가계약을 걸면 그걸로 끝이니, 일단 괜찮아 보이는 곳이 있으면 최대한 빨리 가계약부터 하는게 급선무라고 하네요. 아무튼 그렇게 방문 해 보니 예상보다도 훨씬 괜찮은 집이라, 바로 마음을 정하고 계약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며칠 후 UR 고객센터로 다시 가서 계약을 하고, 3월 중순에 입주를 했습니다. 이제 3주쯤 되어서 가구와 가전 등도 웬만큼 갖춰지니 겨우 사람 사는 곳이라는 느낌이 좀 드네요. 여기는 이사할 때 미리 갖춰진 옵션(제 경우 가스렌지와 거실 에어컨 정도)을 빼면 나머지는 천장 등부터 전부 입주하는 사람이 사서 달아야 하다 보니 처음 들어왔는 때는 정말로 휑한 상태였습니다 ;; 회사에서 이주비용을 지원해 주는 것도 없다 보니 초기비용 어마어마하게 들었네요...ㅠ_ㅠ 돈 들여서 꾸민 집인 만큼 최대한 오래 살아야지 하고 있습니다.

2. 교통
교통비는 정말 비쌉니다 ;; 제가 사는 곳이 아다치구인데, 여기서 신주쿠로 출퇴근하면 정기권을 사도 한 달에 18,000엔 가까이 듭니다. 다행히 이 정기권 값은 회사에서 내 주기 때문에(사는 곳이랑 출퇴근 경로를 입력해서 신청하면 승인 후 월급에 더해서 입금해 줍니다) 그나마 부담이 덜하네요. 그래도 주말에 어디 나가기라도 하면 거의 1,000엔 가까이 드니까 ㄷㄷㄷ 하네요 ;;

3. 회사
사실 여기 오면서 제일 걱정했던게 회사 일에 대한 거였습니다. 예전에 한 번 일본 고객사한테 크게 데었던 것도 있고, 지금까지와 일하는 환경이나 방식이 완전히 달라질지도 모르는데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거였죠.

...막상 와 보니 기우였습니다. 예상과 전혀 다르게, 한국과 환경도 일하는 방식도 거의 비슷해서 거의 비슷한 감각으로 일할 수 있더군요. 한국이건 일본이건 엔지니어라는 인종은 어디나 비슷한지, 사무실 내 분위기도 비슷하게 자유롭고, 업무 프로세스나 사용하는 툴 같은 것도 비슷해서 거의 위화감 없이 익숙한 감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다른 동료들도 '윤상은 여기서 일한지 1년은 된 것 같아요'라고 할 정도로 익숙한 상황이네요 ;; 사람들 성격도 한국에 있을 때와 별반 다를 바 없어서, 익숙하고 편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명확히 다른 건, 여기는 업무시간 이외에 업무 관련한 연락을 받을 일이 없다는 것 정도네요. 애초에 개인 연락처를 공유하지도 않고, 개인적으로 연락할 수단 자체가 없습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사람들 끼리 연락처 교환하는 거야 전혀 문제될 것이 없지만, 그렇지 않고 업무 관련해서 개인 연락처로 연락하는 것이 완전히 시스템적으로 막혀 있습니다. 재해시 등을 대비해서 비상용 연락망을 책임관리자가 가지고 있긴 합니다만 그게 끝이죠. 이런건 참 좋다 싶네요.

4. 음식
식생활은...뭐 저야 워낙 일본 음식에도 익숙한 터라 먹는 것에 불편함은 못 느끼고 있습니다. 회사 점심시간에는 주로 근처 정식집이나 라멘집 등을 가는데, 한 끼 600~800엔 정도로 해결할 수 있으니 한국에 비해서 그다지 비싸다는 느낌은 아닙니다. 아침은 빵 등을 사다 놓고 먹거나 회사의 자판기(패밀리마트 물건들이 60~70% 싼 가격으로 들어 있습니다)에서 해결하고, 저녁은 가까운 마트에서 밑반찬을 사다 놓고 집에서 밥이랑 메인 한 가지 정도만 해서 먹는 정도? 식비는 생각보다 별로 많이 들지 않는다 싶네요.


뭐...일단 이 정도로 하고, 생각 날 때마다 조금씩 이 곳 생활에 대해서 써 볼까 합니다. 혹시 질문 같은게 있으시면 가능한 답변할테니 댓글로 달아 주세요. ㅎㅎ


일본에서 일하며 살기. #1 - 입국, 그리고 먼슬리 맨션.

일본에서 일하며 살기. #출국 전 준비 - 취업비자 취득 성공! 그리고 임시 거처 계약.


일본에 도착했습니다! 출국 공항에서 약간의 트러블은 있었지만 대체로 문제 없이 순조롭게 비행이 끝났네요.

도착 후 입국심사 줄 서기 전에 취업비자를 보여 주니 재류카드 신규 발급 대상이라고 쓰여 있는 표찰을 하나 주고, 그걸 줄 앞에서 보여 주니 재류카드 발급이라고 쓰여 있는 창구로 가라고 안내 해 주더군요.

이 때까지만 해도 저는 재류카드 발급이 일본스럽게 별도 공간에 가서 이런저런 심사를 또 하고 절차를 많이 거쳐서 한참 시간이 걸릴 줄 알았는데, 그냥 입국 심사 창구에서 비자와 CoE를 확인하더니 뚝딱뚝딱 2~3분만에 만들어 주더군요 ;; 다 합쳐도 5~6분 정도 밖에 안 걸린 것 같습니다.

대신 한자 이름 병기는 공항에서 안 된다고, 시스템상 아예 불가능하다고 하더군요 ;; 결국 재류카드에 한자 이름을 병기하려면 적어도 한 번은 별도로 입국관리국에 가야 한다고 합니다 -_-;; 귀찮네요...

아무튼 그렇게 재류 카드를 받았으니 이제 본격적인 외노자 라이프의 시작입니다. 두근두근 하네요.

다음으로는 계약한 맨션 근처의 레오팔레스21 사무소를 찾아 가서 열쇠를 받고, 맨션으로 들어왔습니다. 제가 빌린 곳은 7평 정도의 복층식 방인데, 면적은 좁지만 공간 활용이 잘 되어 있어서 그렇게 좁다는 생각은 안 드네요. 잠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 로프트에서 자고, 로프트 아래가 전부 수납공간으로 되어 있어서 짐을 놓기도 좋습니다. 욕실에는 작지만 욕조도 있고, 욕실과 화장실도 분리되어 있어서 한 달 정도 살기에는 꽤 쾌적하겠다 싶네요.

기본적인 가전제품, 그러니까 세탁기와 냉장고, 전자렌지, TV, 에어컨(난방 겸용) 정도는 갖춰져 있는데, 문제는 다른 소모품류가 전혀 없습니다 ;; 샴푸나 비누 등은 물론이고 휴지, 수건, 옷걸이, 빨래 건조대 같은 것도 전혀 없네요 ;; 덕분에 입국 후 이틀간은 편의점과 다이소를 오가며 생필품 사 넣는 걸로 보냈습니다 ;; 다이소 물건들이 대부분이라 허름하긴 해도 뭐 한 달 정도 살기에는 충분하겠다 싶네요.

내일은 이주 서포트 담당자와 돌아다니며 이런저런 관공서 업무와 은행 업무 등등을 해결하게 됩니다. 부동산 담당자와 상담도 할 예정인데, 여러 모로 잘 풀렸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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