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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와인 붐과 함께 ‘신의 물방울’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와인 만화의 대명사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만, 실은 이보다 십 년이나 앞서 와인을 본격적으로 다룬 만화가 있습니다.
![]() 바로 이 ‘소믈리에’지요. 죠 아라키 원작, 카이타니 시노부 그림에 호리 켄이치가 감수를 맡았습니다. 이 호리 켄이치는 일본을 대표하는 와인 연구자 중 한 사람으로, 샌프란시스코에 본부를 둔 와인 인스티튜트의 재일 대표를 맡고 있다고 합니다. 1998년에는 같은 제목의 드라마도 제작되었는데, 오히려 국내에는 드라마쪽이 더 유명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일본인 천재 소믈리에 ‘사타케 죠’입니다. 일본인임에도 20대의 나이로 프랑스의 국제 소믈리에 컨테스트에서 우승하지만 ‘이 곳에는 내가 찾는 와인이 없다’라며 그 자리에서 퇴장해 버립니다. 이 일로 소믈리에 협회의 미움을 받게 되어 작은 레스토랑을 전전하며 ‘어머니의 와인’을 찾는다 - 라는 것이 1권의 배경입니다만, 2권 중반 정도부터 방향이 묘하게 틀어져 ‘어머니의 와인’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그냥 ‘천재 소믈리에가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겪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되어 버립니다. 3권에서 죠가 일본으로 스카웃되면서 완전히 이 패턴으로 굳어져 버리죠. 작가에게 어떤 생각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조금 부자연스러운 방향전환이라 아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와인을 주된 소재로 다룬 만화가 별로 없다 보니 역시 신의 물방울과 비교하게 되는데요, 같은 소재를 다루면서도 두 만화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여 줍니다. 신의 물방울에서는 와인이 이야기의 한 가운데에 있고, 이를 둘러싼 이야기들을 그리고 있다면 소믈리에는 와인을 매개체 삼아서 중심 이야기로 다가가는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신의 물방울에 비해서 와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비교적 줄어들게 됩니다만 대신 그만큼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야기의 성격도 조금 달라서, 테이스팅 위주인 신의 물방울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 와인 지식들, 즉 산화방지제 등의 첨가제나 와인에 얽힌 세금 이야기, 유기농법, 소믈리에의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 등을 폭넓게 다루고 있기도 합니다. 신의 물방울에서는 '와인을 이루는 세 요소 중 하나'라고까지 했던 '떼루아'에 대해 서슴없이 '환상일 뿐이다'라며 꼬집고 있는 것도 재미있죠. 4권부터는 감수를 맡은 호리 켄이치씨가 각 에피소드 마다 ‘와인의 자유’라는 두 페이지 정도의 짤막한 컬럼을 쓰고 있는데, 이게 또 재미있고 알기 쉬운 내용부터 꽤 전문적인 내용까지 많은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신의 물방울처럼 장황하게 설명을 늘어놓지는 않지만 오히려 드라마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정보의 양이나 정확성은 소믈리에쪽이 더 뛰어나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사실 저도 신의 물방울을 국내판으로 7권까지 다 사 모은 사람입니다만 솔직히 만화로서의 재미나 와인 입문서로서의 가치 모두 소믈리에의 손을 들어 주고 싶습니다. 이만한 만화가 아직 국내에 번역되어 나오지 않았다는게 좀 아쉽네요. 저는 북오프에서 8권까지 구했는데, 이 ‘소믈리에’가 9권에서 완결되고 같은 작가진의 또다른 시리즈 ‘신 소믈리에’가 8권 완결로 나와 있다고 하는군요. 언제쯤 전부 구할 수 있으려나...에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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