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일하며 살기. #2 - 일본 생활 한 달째.

일본에서 일하며 살기. #1 - 입국, 그리고 먼슬리 맨션.

그간 격조했습니다.
평일에는 회사 일로, 주말에는 집 정리로 정신 없다 보니 이제야 좀 차분히 포스팅을 할 시간이 생겼네요. ;;
입국 후 한 달 하고도 2주가 지났네요. 짧은 시간 동안 하도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다 보니 겨우 6주 밖에 안 되었나 싶기도, 벌써 6주나 되었나 싶기도 한 묘한 느낌입니다.
지금까지 일본에서 겪은 일들을 좀 되짚어 정리해 볼까 합니다.

1. 주거
입국 직후부터 살던 먼슬리 맨션에서 UR 맨션으로 옮겼습니다. 여기선 아파트라고 하면 목조 2층 공동주택 정도를 말하고, 한국 기준으로 아파트가 되는 고층 철근 콘크리트 건물을 맨션이라고 부르더군요. 목조냐 철근 콘크리트냐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합니다.
UR은 도시재생기구라고 하는, 우리나라로 치면 주택공사 비슷한 기관인 것 같습니다. UR에서 임대하는 주택은 월세가 민간 임대보다 조금 비싸긴 하지만 보증인도 필요 없는데다 외국인이라고 꺼리거나 하지도 않고, 이런저런 초기비용도 훨씬 덜 드는 편이라 외국인들에게는 UR 임대주택을 많이 추천하더군요.

저도 집을 구하면서 몇 가지 기준을 정했는데, 1.통근 시간이 한 시간을 넘지 않을 것, 2. 월세가 10만 엔을 넘지 않을 것, 3. 가능하면 90년대 이후에 지어진 집일 것, 4. 1LDK 이상으로 거실 공간이 충분히 갖춰질 것 정도였습니다.
이래저래 알아보다 보니 저 기준을 살짝살짝 초과하긴 하는데 비교적 최근에 건축된 데다 꽤 넓고 설비도 잘 갖춰진 아파트가 있더군요. 앞선 글에서 썼던 부동산 업자분에게 상담해 보니 일단 가서 보자며 가계약을 걸고 다음날 곧바로 방문을 했습니다. 너무 서두르는 것 아닌가 했는데 이런건 만에 하나 다른 사람이 가계약을 걸면 그걸로 끝이니, 일단 괜찮아 보이는 곳이 있으면 최대한 빨리 가계약부터 하는게 급선무라고 하네요. 아무튼 그렇게 방문 해 보니 예상보다도 훨씬 괜찮은 집이라, 바로 마음을 정하고 계약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며칠 후 UR 고객센터로 다시 가서 계약을 하고, 3월 중순에 입주를 했습니다. 이제 3주쯤 되어서 가구와 가전 등도 웬만큼 갖춰지니 겨우 사람 사는 곳이라는 느낌이 좀 드네요. 여기는 이사할 때 미리 갖춰진 옵션(제 경우 가스렌지와 거실 에어컨 정도)을 빼면 나머지는 천장 등부터 전부 입주하는 사람이 사서 달아야 하다 보니 처음 들어왔는 때는 정말로 휑한 상태였습니다 ;; 회사에서 이주비용을 지원해 주는 것도 없다 보니 초기비용 어마어마하게 들었네요...ㅠ_ㅠ 돈 들여서 꾸민 집인 만큼 최대한 오래 살아야지 하고 있습니다.

2. 교통
교통비는 정말 비쌉니다 ;; 제가 사는 곳이 아다치구인데, 여기서 신주쿠로 출퇴근하면 정기권을 사도 한 달에 18,000엔 가까이 듭니다. 다행히 이 정기권 값은 회사에서 내 주기 때문에(사는 곳이랑 출퇴근 경로를 입력해서 신청하면 승인 후 월급에 더해서 입금해 줍니다) 그나마 부담이 덜하네요. 그래도 주말에 어디 나가기라도 하면 거의 1,000엔 가까이 드니까 ㄷㄷㄷ 하네요 ;;

3. 회사
사실 여기 오면서 제일 걱정했던게 회사 일에 대한 거였습니다. 예전에 한 번 일본 고객사한테 크게 데었던 것도 있고, 지금까지와 일하는 환경이나 방식이 완전히 달라질지도 모르는데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거였죠.

...막상 와 보니 기우였습니다. 예상과 전혀 다르게, 한국과 환경도 일하는 방식도 거의 비슷해서 거의 비슷한 감각으로 일할 수 있더군요. 한국이건 일본이건 엔지니어라는 인종은 어디나 비슷한지, 사무실 내 분위기도 비슷하게 자유롭고, 업무 프로세스나 사용하는 툴 같은 것도 비슷해서 거의 위화감 없이 익숙한 감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다른 동료들도 '윤상은 여기서 일한지 1년은 된 것 같아요'라고 할 정도로 익숙한 상황이네요 ;; 사람들 성격도 한국에 있을 때와 별반 다를 바 없어서, 익숙하고 편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명확히 다른 건, 여기는 업무시간 이외에 업무 관련한 연락을 받을 일이 없다는 것 정도네요. 애초에 개인 연락처를 공유하지도 않고, 개인적으로 연락할 수단 자체가 없습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사람들 끼리 연락처 교환하는 거야 전혀 문제될 것이 없지만, 그렇지 않고 업무 관련해서 개인 연락처로 연락하는 것이 완전히 시스템적으로 막혀 있습니다. 재해시 등을 대비해서 비상용 연락망을 책임관리자가 가지고 있긴 합니다만 그게 끝이죠. 이런건 참 좋다 싶네요.

4. 음식
식생활은...뭐 저야 워낙 일본 음식에도 익숙한 터라 먹는 것에 불편함은 못 느끼고 있습니다. 회사 점심시간에는 주로 근처 정식집이나 라멘집 등을 가는데, 한 끼 600~800엔 정도로 해결할 수 있으니 한국에 비해서 그다지 비싸다는 느낌은 아닙니다. 아침은 빵 등을 사다 놓고 먹거나 회사의 자판기(패밀리마트 물건들이 60~70% 싼 가격으로 들어 있습니다)에서 해결하고, 저녁은 가까운 마트에서 밑반찬을 사다 놓고 집에서 밥이랑 메인 한 가지 정도만 해서 먹는 정도? 식비는 생각보다 별로 많이 들지 않는다 싶네요.


뭐...일단 이 정도로 하고, 생각 날 때마다 조금씩 이 곳 생활에 대해서 써 볼까 합니다. 혹시 질문 같은게 있으시면 가능한 답변할테니 댓글로 달아 주세요. ㅎㅎ


덧글

  • Kim 2017/05/07 15:35 # 삭제 답글


    잘봤습니다~ 일본생활을 유연히 하시는것같은데 일본어를 혹시 전문적으로 배우셨던건가요?
  • Rivian 2017/05/08 23:51 #

    감사합니다 ^^ 일본어는 학생때 조금 배우긴 했습니다만 대부분 독학으로 익혔습니다. 꽤 오래 전부터 흥미가 있어서 이런저런 경로로 오랫동안 접하다 보니 어느새 그럭저럭 좀 한다고 내세울 수 있을 정도가 되었네요.
  • dong 2017/05/10 22:36 # 삭제 답글

    혹시 일본어검정시험이나 eju 보신적 있나요? 독학으로 익히셨다고 하셨는데 시험안보면 불편한점 없나요?
  • Rivian 2017/05/16 10:08 #

    jlpt는 본지 꽤 오래 되서 구 등급때 1급을 땄습니다. eju는...뭔지 잘 모르겠네요 ^^;; 시험 점수는 그런대로 잘 나온 편이라 그런 쪽에서는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이 쪽은 이력서 작성하고 회화가 무난히 되는 정도면 시험점수나 자격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은데, 그래도 기본적으로 그런 커트라인을 설정해 두는 경우도 있으니 어느 정도 점수나 등급은 확보해 두는 게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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